현재 · 태준
상자를 다시 열다
웨이린에게서 연락이 온 건 오후였다.
낮 동안 웨이린은 같이 다니지 못했다. 카페에 일이 있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. 태준은 혼자 임시정부 유적지와 공원을 돌았다. 그리고 큰길에서 어머니의 전화를 받았다. 그 모든 게 끝났을 때, 먼저 문자를 보낸 건 웨이린이었다.
"오늘 어디 다녔어요? 찾은 거 있어요?"
태준은 길가에 서서 답을 쳤다. 임시정부 기념관에도 공원에도 박성재라는 이름이 없었다고. 그리고 잠깐 망설이다가 한 줄 더 보냈다.
"근데 어머니가 그러는데, 아버지가 어릴 때 상하이에 사셨대요. 그리고 박성재라는 이름을 오래전에 어디서 들은 것 같다고. 혹시 할아버지 아니냐고."
답이 바로 오지 않았다. 점 세 개가 떴다가 사라졌다가 다시 떴다.
"지금 우리 집으로 와요."
"네?"
"어제 사진만 봤잖아요. 상자 안에 다른 것들은 안 읽었어요. 종이 뭉치도 있었고. 그거 같이 봐요."
태준이 묻기 전에 웨이린이 먼저였다. 태준은 그게 조금 이상했다. 자기 일이라고 생각했는데, 웨이린도 같은 걸 궁금해하고 있었다. 생각해보면 당연했다. 그 상자는 웨이린의 집에 있었고, 그 안에 한국 사람 사진을 칠십 년 동안 보관한 건 웨이린의 할아버지였다. 태준만의 일이 아니었다.